철학 (작가별 분류)/Gilles Deleuze 9

질 들뢰즈-칸트 철학을 요약해줄 수 있을 네 가지 시적인 경구에 대하여

칸트 철학을 요약해줄 수 있을 네 가지 시적인 경구에 대하여 + 몇몇 보충 내용 번역본을 참조하되, 내가 이미 번역한 바 있는 칸트 강의록에 맞추어서 번역어를 바꾸어 요약했고, 본문에는 없지만 내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작성하면서 내용을 끼워 넣었다. 그 경우 대괄호 [] 안에 내용을 집어넣었다. 1. 햄릿_시간은 탈구되었다The time is out of joint/Le temps sort de ses gonds! 칸트 철학에서 시간은 경험 속에서는 실재적이되, 실제로는 실재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 자체이기보다는 현상들의 선험적 형식이나 조건이고, 따라서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어떤 양태를 띠고 나타날 뿐이기 때문이다. 탈구된 시간은 경첩에서 빠진 문과도 같은 것이어서..

질 들뢰즈, 《칸트의 비판철학》 1장 <순수이성비판에서 능력들의 관계>

질 들뢰즈, 《칸트의 비판철학》 1장 요약 2023.10.24. 이동구 선험적과 초월적 선험성은 필연성과 보편성에 관계한다. 개별 경험은 ‘모든, 언제나, 필연적으로, 내일’과 같은 표현에서 확인되는 보편성이나 필연성을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식에서 이런 말들을 사용한다. 즉, 우리의 인식은 경험 가운데 주어진 것을 넘어설 수 있다. 흄은 인식이 사실의 확인이 아니라 어떤 보편성과 필연성을 구성할 때 비로소 일어난다고 보았다. 곧, 해가 뜨는 것을 천 번 보았다고 해서 인식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내일 해가 뜰 것이다’와 같이 말할 때 비로소 나는 인식한 것이다. 이 인식의 문제는 사실의 문제와 권리의 문제에 관계한다. 1-1. 인식에서 사실의 문제 우리는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경험과는 ..

질 들뢰즈, 《칸트의 비판철학》 서론 <초월적 방법>

질 들뢰즈, 《칸트의 비판철학》 서론 요약 2023.10.11. 이동구 칸트에서의 이성 칸트는 철학을, ‘인간 이성의 본질적 목적들에 대한 모든 인식의 관계에 관한 학문,’ ‘인간 이성의 최고 목적들에 대해 이성적 존재가 느끼는 사랑’으로 정의한다. 이성의 목적은, 기계적인 자연의 질서와는 대비되는 문화의 체계를 형성한다. 이렇게 이성의 목적을 규정하는 칸트의 기획은, 경험론과 독단적 이성론 모두와 대결하는 것이었다. 경험론에 따르자면, 이성은 목적들에 대한 능력이 아니다. 목적들이란 근원적 감수성, 목적들을 정립할 수 있는 [행위자의 자연적] ‘본성’에 의거한 것일 뿐으로, 이성의 독창성이란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목적을 실현시키는 특정한 방법의 차이에 따라 정의된다. 즉, 동물과는 일단 구별되되, ..

질 들뢰즈, <칸트 미학에서 발생의 이념>

찜찜한 구석이 몇 군데 있지만 일단 올려 둔다. 해결된 뒤에 글을 수정하기로. 질 들뢰즈, 2023.09.29. 이동구 《판단력비판》은 칸트의 철학 체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미적 판단과 취미판단의 연역 사이에 숭고론에 대한 분석이 끼어 있는 것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판단력비판》은 취미판단론에서 발견되는 감상자의 미학, 천재론에서 발견되는 창조자의 메타-미학, 주관적인 형식미학과 질료와 이념의 메타-미학 등 다양한 주제들을 아우르는 난해한 저작이다. 들뢰즈의 1963년 논문 은 들뢰즈가 칸트의 철학 전체를 어떻게 《판단력비판》을 중심으로 통일적으로 엮어낼 수 있는가를 해명하며 이 문제들에 답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은밀하게도 칸트의 기획이 기대고 있는 암묵적 전제들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철..

23.09.27. 메모: 칸트 미학에서 이념의 의미

2023.09.27. 메모 칸트 미학에서 이념의 의미 들뢰즈는 칸트의 《판단력비판》 중 미적 판단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한편으로는 상상력과 오성의 자유로운 일치라는 내적 일치,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내적인 일치와 자연 속 대상의 우연한 외적 일치라는 두 차례의 일치에 근거하고 있다고 쓴다. 이때 우리는 내적 일치와 자연 속 대상의 외적 일치가 어디까지나 우연히 이루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일 내적으로 미리 준비된 원리에 외적 자연이 언제나 부합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보편적이되 주관적인 일치가 아니라 권리상 대상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입법하는 일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적 판단은 인식판단도 도덕판단도 아니다. 그러나 내적 일치가 어디까지나 우연한 것이더라도, 우리가 미적인 쾌를 갖기 위해..

9.20. 메모: 들뢰즈의 칸트 해석에 깔린 저의

2023. 9.20 메모 질문을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들이 하나로 쫘자작 연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공부한 게 헛짓은 아녔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얼른 공부하고 다음 단계를 바라봐야 할 주제들도 여럿 생겨난다. 아무튼 나는 이것으로 전체를 알아야 부분을 이해할 수 있고, 부분을 알아야 전체를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해석학의 유명한—내가 알고 있으면 유명한 것임—역설을 조금은 넘어선 것인지 모른다... 간만에 혈이 뚫리는 기분이 들었음. 에 대한 요약문도 기필코 적을 것이다. 9.20 근대미학연구 수업에서, (을 읽고) 칸트가 《판단력비판》을 쓸 때의 의도는, (들뢰즈의 목표와 같이) 일치 발생의 원리를 해명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칸트는 자신이 벌려 놓은 이론철..

9.4. 메모: 일의성의 생기주의와 내재주의

9.4. 메모 감각의 논리 강독 수업 1강 정리 / 질문 1. 생기주의와 내재주의 최초의 철학적 물음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세계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나타나는 가변적인 현상으로서의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곧, 세계가 그로부터 비롯되고 그것으로 되돌아가는 원인이란 무엇인가? 서양철학에서 가장 먼저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시도한 이들은 이러한 가변적인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일 이 원인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현상만 큼이나 가변적일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해 보자. 그러면 이 원인을 그렇게 변할 수 있게 하는 어떤 원인을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파악된 원인이 여전히 가변적이라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 원인을 그렇게 변하게 한 또 다른 원..

들뢰즈 메모 2_스피노자에서 설명계열과 실체계열의 일치

1부 발제문을 준비하면서, 박기순, 요약 ------------------------------------- 근대에 이르러 무한을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게 되면서, 중심이 부재하는 가운데 세계를 안정적으로 조망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데카르트는 이것에 대해,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신의 전능함을 그 같은 안정의 고정점으로 삼는다. 학문의 영역에서는 보편수학의 이념에 따라 연장을 갖는 사물들에 대한 자연학을 확립할 수는 있으나, 사물들 그 자체는 우리에게 불투명한 채로 남는다. 곧, 신의 본질에 대해 인간은 합리적 인식을 형성할 수 없으며, 지성의 능력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연장으로 환원된 사물들의 운동뿐이다. 우리는 실체의 한 속성—연장—만을 파악할 수 있..

들뢰즈 메모 1_데카르트의 수적인 실재적 구별, 스피노자의 형식적인 실재적 구별 (일의성과 내재성에 대해)

2023.06.16 메모_데카르트의 수적인 실재적 구별, 스피노자의 형식적인 실재적 구별 1. 들뢰즈는 존재 내적인 부정성에 의해 성립하는 긍정을 말했던 헤겔에 반대하여서, 어떻게 존재가 그 자신으로부터 긍정되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존재가 그 자신 긍정적으로 말해지는 방식에 대해 말한 철학자로서 들뢰즈는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를 참조한다. 한편 그는 이 둘 사이에 성립하는 중대한 구분점을 읽어내면서, 그의 존재론적 체계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재적 구별’이란 무엇이고, 그들 각각이 이 실재적 구별을 어떻게 사유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들뢰즈는 데카르트의 ‘수적 구별로서의 실재적 구별’보다 스피노자의 ‘형식적 구별로서의 실재..